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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행동주의 선언

by 가봤 2024. 4. 4.

새로운 행동주의 선언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 Beyond Freedom and Dignity, 벌허스 프레더릭 스키너 Burrhus Frederic Skinner(원저 1971)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는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또한 동시대 가장 위대 한 심리학자로 꼽히는 벌허스 프레더릭 스키너가 쓴 책이다.

 

행동주의에 입각한 행동분석의 바이블이면서 대중의 뇌리에 스키너를 사회사상가로 남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스키너는 이 책에서 새로운 인간관과 문화관을 제시했다.

인간의 행동은 자신의 내부가 아닌 외부 환경을 통해 유래하며 자유의지를 가정할 필요가 없다는 그의 주장은 큰 반 발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스키너는 처벌 대신 보상을 통해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갈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상을 굳건히 고수했다.

 

이 책을 통해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미국 심리학 계를 휩쓴 행동주의 심리학의 기본 입장과, 행동주의 심리학의 인간에 대한 접근 방식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가 출간되자 스키너는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다.

그는 인간을 지나치게 단순화, 객관화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의 측면을 다양하게 기술할 수 있음을 증명해 냈다는 점에서 스키너의 사상은 혁명적이 라 평가받는다.

 

| 행동을 분류하다

동물의 한 종으로서 인간의 행동은 두 가지로 나뉜다.

반응 행동 Respondent behavior과 작동 행동 operant behavior이다.

전자는 쉽게 말해 반사다.

무릎 아래를 두드리면 다리가 쭉 펴지 는 슬개건 반사를 예로 들 수 있다.

후자는 반사 외의 자발적인 행동을 말한다. 자발적 행동의 특징 중 하나는 칭찬받은 행동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칭찬이란, 긍정적인 결과가 일어나거나 외부에 서 포상을 얻는 등 넓은 의미까지 포함한다.

이런 좋은 결과 가 나타나면 인간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할 수 있다.

 

인간의 행동에 관한 이러한 분류는 20세기 이후에 가능해졌는데 그 분류를 처음 시도한 인물이 바로 스키너다.

 

행동주의의 탄생

행동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 스키너리언(스키너식 행동주의자)은 '데드맨 테스트 Dead-man test'를 답으로 제시한다.

 

즉 죽은 사람(시체)도 할 수 있는 일은 행동이 아니며 죽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 행 동이라는 뜻이다.

이 기묘한 정의에 의하면 '죽는다'라는 행위는 행동 그 자체를 뜻한다. 죽은 사람이 죽을 수는 없기 때 문이다.

 

스키너가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박사과정을 밟은 1920 년대 심리학계에서는 행동주의가 이미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먼저 19세기말까지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손다이 크는 동물의 행동을 연구해서 학습의 시행착오설'을 밝혀냈다.

 

그는 '문제상자 Puzzle boxes'를 고안했는데 이 상자에는 고리, 페달, 판 등 여러 장치가 달려 있고 그중 단 하나의 장치 만이 상자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는 문제상자에 굶긴 고양이, 개, 병아리와 같은 동물들을 넣고 탈출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동물들은 처음에 쓸데없는 행동을 하느라 오랜 시간을 보내다가 탈출하는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실험을 통해서 동물이 특정한 반응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초래하면 계속 반복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반복하지 않는다는 '손다이크의 법칙'이 알려졌다.

 

러시아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 van Petrovich Pavlov는 소화 샘 연구에 몰두해 1904년 노벨 생리학, 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수상 강연에서 자신이 발견한 '조건반사' 현상을 거론했다.

파블로프는 음식을 먹을 때만 분비된다고 생각한 침이 사육사의 발소리만 들어도 분비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전까지 심리학계에서는 의식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윌리엄 제임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런 시각은 한편으로 비판을 받았는데, 의식이란 내적인 일이어서 다루기 어렵고 자 의적 결과가 나오기 쉽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37세 젊은 나이에 미국심리학회장에 선출된 존 왓슨 John Broadus Watson 은 과학으로서 심리학의 대상은 의식이 아니라 행동이어야 한다고 선언하고 공공성이 있는 관찰에 근거한 연구야말로 심리학이 나아갈 길이라고 주장했다.

 

1913년 소위 '행동주의' 선언이다. 또한 그는 감정 조 건화 연구로 공포심이 조건화되는 것을 증명했다.

인위적은  공포감을 준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공포감을 심어줄 수 있다면 제거할 수도 있다 는 의미에서 그의 연구는 인지행동 치료의 토대가 되었다.

 

행동주의 고조기에 대학원생이 된 스키너는 훗날 '스키 너 상자'로 불린 실험장치를 고안했다.

 

이 상자 안에 동물을 넣어 두고 빛이나 소리 신호 같은 특정 자극에 대해 특정 행동을 하도록 가르친다.

동물이 특정 행동을 정확하게 수행하 면 먹이를 주거나 보상을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체벌을 가 하는 식으로 운영한다.

 

예를 들면 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넓은 상자 안에 레버가 설치되어 있는데 그것을 누르면 먹이가 나온다.

 

파블로프의 개가 완전히 구속당하거나 지각실험에서 피실험자의 얼굴이 턱받침 등으로 고정되는 것과 달리 스키너의 장치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여건을 주었다.

 

스키너는 직접 개발한 이 장치를 사용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반사 개념에 대한 이론적, 실험적 연구를 진행해 1931년 박사학위를 땄다.

 

이후 1938년 《유기체의 행동 The Behavior of Organisms》을 출간할 무렵까지 스키너는 행동에 두 가지 종류가 있음을 간파했다.

이를 반응 행동과 작동 행동으로 분류해 이론을 전개했다.

 

전자는 파블로프가 조건을 부 여해 끌어낸 수동적 행동인 반면, 후자는 손다이크가 다룬 자발적 행동이다.

 

스키너는 행동을 수동적 행동과 자발적 행동으로도 나누었는데 (A) 특정 조건에서의 (B) 자발적 행동이 (C) 외부 반 릉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연구하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 특정한 선행 조건 Antecedent, 행동 Behavior, 그 결과 consequence의 연 결(이니셜을 따 ABC)을 스키너는 수반성이라고 불렀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행동을 파악하고자 한 것과, 수동적 행동이 아니라 자발적 행동을 대상으로 삼은 것은 스키너의 커다란 업적이다.

 

1 처벌을 반대한 최초의 심리학자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가 출간되자 스키너는 화제의 인 물로 <타임 Time>지 표지를 장식했다. 여러 TV 프로그램에서 섭외 요청도 쇄도했다. 하지만 그의 사상은 한편으로 큰 반 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인간의 행동은 자신의 내부가 아 닌 환경에서 유래하며 자유의지를 가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 장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보수(좋은 결과)로 인간의 행동을 유도하는 문제도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스키너는 처벌을 반대한 최초의 심리학자 중 한 명이지 만 그런 면은 주목받지 않았다. 처벌 대신 보수를 근거로 행 동을 끌어냄으로써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갈 세상을 만들어 야 한다는 것이 그의 근본적인 사상이다.

 

대부분의 심리학자가 처벌은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의견이 다른 심리학자는 거의 없다. 처벌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인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다. 처벌하는 사람이 행동의 옳고 그름을 자의적으로 결정한 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확실히 자유와 존엄에 위협이 되는 방법이다.

 

윌리엄 제임스로부터 받은 영향

스키너의 행동주의는 '마음이라는 개념을 부정하는 심리 학'이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행동의 원인으로 내적 인 요인을 가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을 뿐이다. 인간은 환경과 상호작용하기 위해서 행동하기 때문에, 행동하게 만든 원인을 내면에서 찾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자신의 사상을 'Radical behaviorism'이라고 명명했다.

이를 급진적 행동주의라 번역하여 기계론적 행동주 의를 고수한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안 다. 원래 이 명칭은 윌리엄 제임스가 발표한 《근본적 경험주의 Radical Empiricism>를 모방한 것이다. 경험주의로 일관하면 철저하게 행동을 대상으로 삼아 심리학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스키너는 생각했다.

 

애초에 존 왓슨의 행동주의는 윌리엄 제임스의 기능주의 흐름에 있었다. 그러므로 스키너는 제임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이 마음을 구성하는지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마음의 측면을 다양하게 기술할 수 있다'는 것을 스 키너는 증명해 냈다. 그런 의미에서 스키너의 생각은 혁명적이며, 또한 행동 치료와도 관련지을 수 있다.

 

| 가치와 문화를 분석하다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의 차례를 보면 자유와 존엄에 대 한 장이 있고 그 뒤에 처벌을 비판하고 처벌의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이 이어진다. 후반부는 가치, 문화의 진화, 문화의 설계에 대해 다룬다. 가치의 장에서 스키너는 가치와 그 집 합체로서 문화를 말한다. 인간의 행동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중요한 존재로서 이를 설명했다.

 

스키너에게 가치란 강화 인자(넓은 의미에서의 보수)를 얻기 위해 타인이 부여한 가이드라인과 같다. 이를 명시하면 규칙이나 법이 된다. 또한, 스키너는 타인에게 통제당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야말로 가치 상실 상태라고 지적했다.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가치 상실로 괴로워하는 인간을 '무기력, 부도덕, 공허, 절망, 믿는 존재나 헌신할 대상의 상 실'로 기술한 것을 참조하며 스키너는 이런 상태가 나타나는 것은 내적 상태 때문이 아니라 효과적인 강화 인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분석이 무미건조하다는 의견도 많겠지만 스키너는 확고하다. 문화는 사회 환경이며 이를 통 해 인간은 행동을 형성하고 유지하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문화는 사회에 일정한 질서를 부여한다. 하지만 문화는 인간에 의해 다시 쓰인다. 그리고 문화의 영향을 받아 인간 또한 달라진다. 흥미롭게도 스키너는 그 누구도 '특정 문화의 구성원'이라 표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화심리 학자 얀 발지 너의 주장과도 같다. 인간은 문화에 예속된 게 아니라 유연하게 행동을 선택하기 위해서, 자유롭게 문화라 는 시스템을 사용한다고 생각했다.

 

앞서 말했듯이 데드맨 테스트라는, 인간을 무시하는 정 의에 따르면 죽음은 행동 그 자체다. 자유의지에 입각해 안 락사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헴록협회 Hemlock Society 회원이던 스키너는 연명 치료를 거부했다. 그리고 논문 한 편을 다 쓴 다음 날 사망했다.

 

그의 딸 줄리의 말로는 임종을 앞둔 스키너의 입이 말라 있어서 물을 흘려 넣었더니 "경이롭구나 Marvelous"라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자발적 행동으로 죽음을 선택한 신행동주의자 스키너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디자인은 어떻게 인간의 행동을 유도하는가?

디자인과 인간심리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 도널드 노먼 Donald A. Norman (원저 1988)

인지심리학자 도널드 노먼의 책 <디자인과 인간 심리》는 1988년 초판이 출간된 이래 25년 이상 널리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지금은 디자인 분야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은 문, 온도조절기, 자동차 등의 일상용품을 예로 들 어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대중심리서 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책에서 노먼은 디자인의 역할이란 곧 사용자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고 실수를 유발하지 않아도 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디자인의 심리학적 원리와 실제의 복잡성을 정확히 묘사한 디자인 입문서로도 가치가 크다. 도널드 노먼은 <비즈니스 위크 Business Week>가 선정한 '세 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로 꼽혔으며, 사용자 경험 디자인 개념과 인간 중심 디자인 분야를 개척한 심리학자이자 디자인 교육자로 평가받는다.

 

디자인 컨설팅 기업 닐슨노먼 Nielsen Norman Group의 공동설립자이자 디 자인 전문기업 아이디오 IDEO의 이사, 애플 부사장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수 노먼은 디자인을 중심으로 심리학, 공학, 경영학 등 여러 분과가 융합되는 종합과학으로서 디자인학의 비전을 제시했다.

 

현재 캘리포니아대와 노스웨스턴대 명예교수다.

 

| 엘리너 깁슨의 행동유도성 이론

2014년 노벨물리학상은 청색 LED를 발명하고 실용화 한 공로로 아카사키 이사무 교수 외 두 명이 수상했다. LED는 소비전력이 적고 수명도 길어 조명이나 디스플레이 등에 널리 사용된다. 즉 전 세계인의 생활을 바꿨다는 것이 수상 이유였다.

 

생존자에게만 수여하는 노벨상을 미국 심리학자 엘리너 깁슨 Eleanor J. Gibson이 살아 있다면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생각해 낸 이론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비행사 훈련 등에 이용하는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모의비행장치)에 필요한 이론이다.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의 원리는 현재 각종 탑승물 시뮬레 이터에 쓰이고 있다. 또한, 각종 탑승 시뮬레이션 게임에 적 용되어 새로운 게임산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 기술은 지 각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데 정확히는 '직접 지각'이라고 불 린다. 깁슨이 고안해 낸 행동유동성 Affordance이라는 단어는 이후 학술용어로 자리 잡았다.

 

 

엘리너 깁슨과 디자인과 인간 심리》의 저자 도널드 노먼을 연결하는 핵심 개념은 행동유도성이다. 도널드 노먼은 이 책을 통해 행동유도성 개념을 디자인 세계에 도입했다고 자 부했다. 하지만 노먼의 행동유도성은 깁슨의 행동유도성과 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노먼의 경우 '사람 A가 물건 B 할 수 있다는 정보를 간파해 실행하는 관계'를 말하는 것에 비해, 깁슨은 사람과 물건의 관계를 직접 연결하는 직접 지 각의 입장이다. 때문에 깁슨의 관점에서는 '사람과 물건을 잇는 물리적 행위의 관계성'이 곧 행동유도성이 된다. 정보 같은 중간 항목은 필요 없다.

 

디자인은 기호를 배치한 것

깁슨의 행동유도성을 설명할 때는, 가파른 바위산을 오 를 때 어디로 발을 뻗을지를 예로 들면 가장 적합하다. 인간 은 별로 의식하지 않고 발을 앞으로 내밀어 어느 지점에 발을 내린다. 여기서 인간과 환경의 직접적인 관계성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 한 발을 내딛기 힘들 때는 멈춰 서서 주저하 게 된다. 노먼의 행동유도성이 이 상황을 비유로 들기에 적절하다. 이럴 때는 험준한 바위산에 발자국 모양을 인쇄해 어디로 발을 뻗으면 좋을지 안내하면 된다는 개념이다. 여기서 발자국 모양(풋 프린트)은 사람을 유도한다(손도장이 있을 면 손을 땅에 짚게 되므로 이는 나쁜 디자인이다).

 

Design의 어원은 라틴어 Designare이며 Detsign(기 호를 놓다), 즉 기호로 표시한다는 뜻이다. 결국 디자인은 기 호를 배치하는 것이므로 엘리너 깁슨의 행동유도성에서 출 발해 이후 장에서 다룰 레프 비고츠키의 기호 개념에 접근한 다. 중간 항목, 매개 항목을 다루면 깁슨의 직접 지각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비고츠키 문화심리학에 가까워진다.

 

엘리너 깁슨이 행동유도성 개념을 확립했다면, 도널드 노먼은 행동유도성의 활용을 인공물과 사용자에게로 확장했다.

그의 책 <디자인과 인간 심리>는 디자인 과정에서 행동유 도성에 주의할 것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행동유도성을 어떻게 응용할까?

이 책은 초판 개정판이다. 1988년에 출간된 초판과 기본적인 개념은 변함없지만 용례가 많이 변경되었다.

개정판의 새로운 점은 머리말에 쓰여 있다. 예를 들어 초 판이 출간된 1988년에는 사용자 경험, 즉 UX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그 원형은 갖춰져 있었다). 도널드 노먼은 애플에 서 UX 개념을 사용한 최초의 인물 중 한 명이며 그 경험을 토대로 개정판에는 UX 관련 내용도 추가했다. 또한, 초판에

등장한 '인간 중심 디자인'의 개념은 개정판의 일관된 원칙

이 되었다. 초판과 개정판 모두에 적용되는 원리가 있다면, 기호의 인위적 배치에 따라 적합한 행동유도성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먼은 깁슨의 행동유도성 이론을 잘못 사용했을까, 아 니면 확장했을까?

원래 깁슨은 해군에서 항공모함 갑판에 착륙하는 전투기 파일럿의 시각을 연구했다. 바다는 평평한데 항공모함은 움 직이고 파일럿 자신도 비행한다. 자신의 위치가 달라지는 상 황에서 움직이는 항공모함에 착륙하려면 무엇에 의존해야 할지가 곧 깁슨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이는 충분히 인공 적인 과제다.

지각을 전제로 행동유도성을 직접 적용한다 하더라도 이를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시뮬레이션 머신 정도다. 실제로 파일럿 훈련에도 사용되는 시뮬레이션은 인간의 지각에 입력되는 외부 정보를 역산으로 구성해 직접 지각처럼 착각하 게 만드는 기계다. 직접 지각은 가치나 기호가 들어가지 않은 세계에서는 성립되겠지만 일상생활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제롬 브루너의 실험이 증명했듯이 동전처럼 객관적으로 느끼는 대상도 보는 사람의 조건(빈부격차)에 영향을 받는다 고 한다면, 노먼의 행동유도성에 따라 생각하는 것 또한 의 미가 있지 않을까(물론 깁슨의 직접 지각 개념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결국 오늘날 일상생활에서는 노먼의 시도와 같이 인 공매개물(디자인)을 사이에 끼워 넣어야 응용의 의의가 클 것이다.

 

|사용자 우선 디자인

심리학에서는 행위와 감정을 능동적인 것과 수동적인 것으로 구분해 생각하는 것을 중시한다. 일례로 스키너는 반사를 수동적인 것과 능동적인 것으로 분류해 새롭고도 효과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지각 관련 심리학으로 돌아가면, 대부분 실험 참가자가 다른 곳을 보지 않도록 자세를 고정한다. 시각을 고정한 상 태에서 여러 이미지를 보여주고 반응하게 한다. 혹시라도 이 미지를 놓칠까 봐 보여주기 전에 소리를 낼 때도 있다. 이런 자연과학 방법을 사용한 실험이 과연 인간의 생기 넘치는 모습을 올바로 파악할 수 있을까?

 

실제로 깁슨은 이런 실험심리학 방식에 의문을 품었다.

나아가 노먼은 물건과 인간의 관계를 실험과는 다른 문맥을 로 생각하고 고찰을 끌어내 실제 사회에 활용하려고 했다.

 

때로 디자인된 인조물은 인간을 혼란에 빠뜨리곤 한다. 설계자의 의도와 사용자의 의도가 어긋나는 경우가 그렇다.

설계자의 의도를 사용자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사용자 문제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인지과학은 이에 대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디자인과 인간 심리》라는 제목에도 드러나듯이 디자이 너는 사용자를 전제로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 노먼의 생각이다. 디자인의 역할이란 곧 사용자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 고 실수를 유발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무기력을 학습한다는 것

 

<낙관성 학습 Learned Optimism>, 마틴 셀리그만 Martin E. P. Seligman (원저 1990)

학습된 무기력, 낙관주의, 긍정심리학 등의 개념을 제시 한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의 책 <낙관성 학습은 낙관론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이 책의 3분의 2는 비관과 낙관성, 학습된 무기력(자 신은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고 여겨 포기하는 것), 설명 양식 (사건이 일어난 이유를 자기 자신에게 습관적으로 설명하는 방식),

 

우울증, 그리고 이런 것들이 행복과 성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리학적 논의로 이루어져 있다. 셀리그만은 동물을 대 상으로 한 연구와 사례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심리학사적으로 셀리그만의 연구는 행동주의에서 인지 주의로 이행하는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연구로 평가받는다. 프로이트는 우울증이 자신에 대한 분노라고 설명했는데 이런 설명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치유적인 셀리그만의 생각은 정신의학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행동 이론에 입각한 행동 치료, 인지행동 치료의 길을 터주었다.

 

1996년 마틴 셀리그만은 미국심리학회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취임식에서 그는 긍정심리학 강연을 했다. 이 강연은 존 왓슨이 행동주의를 선언하고 견인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긍정심리학 분야를 견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끊임없이 혁신을 이뤄온 심리학의 역사 속에서 셀리그만 중심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무기력을 학습한다?

범죄 사건에서 용의자가 허위 자백을 하고 누명을 쓰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자신에 게 유리하도록 거짓말을 해도 모자란 상황에 거꾸로 불리하게끔 거짓말을 한다니 말이다.

 

1990년 일본에서는 네 살배기 여자아이를 살해한 범인으로 스가야라는 남자가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 이 남자는 무려 17년 동안 복역한 후, 2010년 최신 DNA 감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무죄 판정을 받았다. 스가야는 처음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당시 취조 과정에서 허위 자백을 강요받았는데, 이상하게도 이후 재판에서 한 번도 번복하지 않았다.

 

법정에는 자기편인 변호사도 있으니 "저는 살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자백을 강요당했습니다."

정도는 말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왜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까?

 

심리학 관점에서 볼 때 스가야는 학습성 무기력 상태였 던 것 같다.

 

무슨 일을 해도 안 된다는 절망감과 무기력에 휩싸였을 것이다. "안 했다"라고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상대해 주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폭행을 당했을지도 모른다(실제로 취조 때 폭행이 있었는지 진상은 알 수 없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자 스가야는 절망과 무기력을 학습했을 것이다.

 

여기서 학습이란 경험적으로 이해한다는 의미다. 스가야는 자신의 힘으로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허위 자백 을 하는 게 최선이라고 이해했을 것이다.

 

학습성 무기력은 심리학에서 우울증 행동 모델로 알려져 있다.

주창자는 마틴 셀리그만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대 학원에 입학한 그는 개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이 실패했다 는 소식을 들었다.

 

펜실베이니아대는 개에게 특정 소리를 들 려운 후 약한 전기 충격을 주는 조건을 부여해, 소리만 들어 도 충격을 피하게 되는지 연구하려고 했다.

 

소리와 충격을 관련지으려면 두 가지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소리가 들리면 충격이 온다'는 과정을 반복하면 개는 소리를 신호로 감지하여 소리만 들어도 도망치리라는 것이 가설이었다. 하

 

지만 실제로 실험해 보니 소리를 들은 후 충격을 피하려는 개는 없었다. 오히려 웅크리고 앉아 충격을 감 수하는 개가 많았다.

 

대학원에 막 입학한 셀리그만은 이 상황을 보고 개들이 '무슨 짓을 해도 안 된다'는 것을 터득했다고 생각했다.

 

'소리'와 '전기 충격'과 '도망쳐도 안 된다'는 세 가지 요소의 관계를 학습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대로 개들이 무력함(상황 타개 능력이 없는 상태)을 학습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교묘한 실험을 했다.

 

24마리의 개를 세 집단으로 나누어 상자에 넣고 전기 충격을 주었는데, 조건이 각각 달랐다.

 

  • 첫 번째 집단의 개들은 코로 스위치를 누르면 전기 충격을 스스로 멈출 수 있다.
  • 두 번째 집단은 스스로 전기 충격을 통제할 수는 없으나 첫 번째 집단의 개가 스위치를 누르면 동시에 충격이 사라진다.
  • 세 번째 집단은 비교 집단으로, 같은 상자에 있지만 충격을 전혀 받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준비 단계다. 진짜 실험은 지금부터다.

24시 간이 경과한 후 낮은 칸막이를 사용해 두 공간으로 나눈 작 은 방에 이 개들을 넣고 전기 충격을 가한다.

 

모든 개들은 칸 막이를 넘어 쉽게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있다.

 

실험 결과 첫 번째 집단과 세 번째 집단의 개들은 모두 칸막이를 넘어갔지만 두 번째 집단은 공간을 옮겨 충격을 피하려고 하지 않았다.

 

통증을 참으면서 웅크리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어차피 뭘 해도 안 된다'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셀리그만의 이런 생각과 실험 결과는 행동심리학에 큰 충격을 던졌다.

 

'하지 않는 일'을 학습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었다. 반론도 있었지만 실험을 통해 '무기력을 학습한다'는 사실을 인정받았다.

 

이는 심리학사적으로 행동주의에 서 인지주의로 이행하는 시기의 연구 결과라 할 수 있다.

 

무기력을 학습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일까?

 

 

사실 인간은 개만큼 단순하지 않다.

 

무엇보다 말을 사용할 수 있다. "어차피 나는 실패한 인간이야", 혹은 "아무리 실 패했더라도 나는 아직 할 수 있어"라고 생각을 드러낼 수 있다.

 

심리학자 레프 비고츠키는 말을 일종의 기호로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특별한 장점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런 생각은 행동주의 와 대립했다.

 

셀리그만의 연구도 마찬가지로 행동주의 진영의 반발을 불렀지만 결과적으로는 인지주의로 이행하는 데 기여했다.

그의 연구는 '학습성 무기력 연구'로 불리며 인간의 우울증이 특히 근대 들어 증가한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타당성을 얻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우울증이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라고 설명했는데 이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마음을 치유할 가능성이 큰 사상이라 할 수 있다.

 

셀리그만의 생각은 정신의학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행동 이론에 입각한 행동 치료, 인지행동 치료의 길을 열어주었다.

 

셀리그만이 존 왓슨이나 스키너의 이론 자체를 계승한 것은 아니지만 행동 이론이 발전하는 데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일상생활에서 무기력이나 그 결과로 얻는 우울증을 학습할 수 있다면 이를 없앨 수도 있다는 것이 행동 이론의 사상이다.

 

긍정심리학의 탄생

셀리그만은 자신의 책 서문에서 말하기를, 1988년에 비 행기 옆자리에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Richard Phillips Feynman을 만난 일이 연구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한다.

파인만은 셀 리그만의 연구에 대해 듣더니 '비관주의가 아니라 낙관주의에 관한 연구'라며 갈파했다고 한다.

 

이 일을 계기로 셀리그만은 연구 방침을 전환했고 긍정 심리학 영역이 새롭게 탄생했다.

개와 인간을 대상으로 연구 한 셀리그만과 연구팀은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원인을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을 때 이를 자신이나 타인에 게 어떻게 설명할까?

 

'어차피 나는 멍청해'라는 반응이 일반 적일 것이다. 한편 '교실이 시끄러웠다'라고 변명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자는 능력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사람의 능력은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비관적 관점이 된다.

 

소음을 언급한 후자는 '소음이 없으면 시험을 잘 봤을 것'이라는 낙관적 관점을 가 지게 된다(하지만 애당초 소음이 원인이라면 같은 학급의 모든 학 생이 영향을 받을 것이므로 자신의 성적만 올릴 수 없다).

 

셀리그만은 '멍청하다', '시끄러웠다'라는 설명에 숨은 차 원이 있음을 알아냈다.

 

바로 내적-외적, 영구적-일시적, 보 편적-특수적이라는 2차원이다.

 

합리화한 차원은 이후의 관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쉽게 말해 실패의 원인을 내적, 영 구적, 보편적으로 설명하면 전부 자신을 질책하게 되므로 비 관적이고 억울한 감정을 일으킨다. 그 반대 경우라면 낙관적으로 될 수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긍정심리학

1980년대에 한 생명보험 회사는 직원들의 높은 퇴직률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새로 채용한 보험설계사 5,000명 가운데 1년 후 절반이 퇴사하고 4년 후에는 80퍼센트가 그 만두는 실정이었다. 이 기업은 셀리그만에게 의뢰하기를, 처 음부터 좌절감이 높은 지원자를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셀리그만은 이 회사에 낙관도 테스 틀을 제공했다. 실제로 낙관도 테스트를 실시해 보니 상위권에 기록된 직원들의 계약 성공 횟수가 하위권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유능할 뿐 아니라 더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근속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